심의! 심히 걱정된다(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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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심히 걱정된다

[기고] 그들만의 심의를 심의하는 제12회 인권영화제

초코파이(인권영화제 활동가)  / 2008년05월20일 10시50분

제12회 인권영화제는 현행 영등위에 의한 연령제한 방식의 등급심의가 가진 불합리한 등급심의의 문제점을 대중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이런 취지에 따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개심의를 진행하면서 그 대안을 모색한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명시된 정신에 따라 '표현의 자유 19조 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적으로 자율적인 심의를 진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율적인 공개심의절차를 거쳐서 인권적 관점에 따른 심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적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와 문화 다양성을 지키고 확대할 수 있는 올바른 대안적 심의기준과 방법, 절차를 제시하고자 한다.

 

인권영화제! 인권과 영화를 주제로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인권영화제에게 표현의 자유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가치이다. 그렇기에 사실상의 사전 검열인 '사전 심의'의 날카로운 칼날 속에서도 인권영화제는 1996년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후 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여 왔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의 일부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으며 현재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이 제정되었다. 영비법이 개정되며 2001년 인권영화제도 실내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인권 영화제는 거리로 나서게 되었다.

 

현재 영등위의 등급심의는 영화 전반에 대한 맥락적 이해와 문화 다양성 존중에 바탕을 두었다기보다, 성과 폭력성 등 특정 잣대를 중심으로 한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등급 심의 기준에는 '외국과의 정상적인 국교관계를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 '반국가적ㆍ반사회성의 정도가 극히 심하여 예술적, 문학적, 교육적, 과학적, 사회적 가치를 현저히 훼손한다고 인정되는 것' 등 모호한 잣대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현행 심의정책은 표현을 둘러 싼 사회적 소통, 토론, 합의 등 문화민주주의의 과정을 지원하기보다는 법제도적 중심의 규제와 처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으로 연령 제한 중심의 배타적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청소년'이 접하는 모든 영상물을 규제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불가능한 것을 하려할 때 불필요한 강제성이 동원된다. 아무리 심의가 민간단체에서 진행되고, 형식적인 절차라고 하여도 강제적이고 일률적인 심의는 검열의 성격을 벗지 못한다. 그렇기에 인권영화제는 현행 심의제도에 검열의 잔재가 남아있다 보고 거부하는 것이다.

 

현행 영비법 규정상 모든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심의를 거쳐야만 상영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심의면제추천을 받아야 한다.

 

인권영화제는 등급심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등급분류는 문화 생산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문화를 즐길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거대한 영상산업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관객들을 위해 문화생산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 정보를 기술하여 수용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 시장성과 관계없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실험적으로 제작되는 창작물, 특정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를 면제해야 한다. 그것은 '문화 다양성' 보장과 '문화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관객의 볼 권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제작되고 있는 다양한 독립영화들은 거대 자본에 밀려 상영관조차 얻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인권영화제와 같이 기존 심의 제도에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제의 경우도 상영관을 얻을 수 없어 거리로 내몰려야하는 게 현실이다.

 

영비법은 법의 이름에서 분명히 명시되었듯이 영상 매체의 진흥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영비법의 심의 규정은 경직된 통제 방식을 택하여 대중들이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 문화 다양성 안에서 관용의 태도를 가지고 다원주의를 수용하며 그들이 궁극적인 목표를 추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문화 공공성과 다양성이 증진될 수 있도록 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이에 인권영화제는 문화적 권리로서의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해 영비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여러 문화 예술 단체, 인권 및 시민사회단체, 개인들과 함께 공동행동을 하려고 한다. 현재 이에 동의하는 여러 단체와 개인이 '표현의 자유와 확대를 위한 영비법 개정 공동행동(준)'을 구성하였다. 인권영화제는 이를 통해 수년간 심의 정책의 개선을 위해 싸워온 문화운동가, 영화인, 문화 민주주의의 안에서 자유를 찾는 일반 시민들과 만나 법개정과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큰 흐름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올해 인권영화제는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거리에서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축제이자 싸움을 하려고 한다. 12회 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문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일 것이다. 나아가 12회 인권영화제는 다양한 영상들과 이야기들이 함께 쏟아지고 다양한 만남들이 이루어지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이 축제의 장에 다양한 볼 권리, 자신을 표현할 권리를 추구하는 여러분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