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비법 등급분류 위헌소지(컬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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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비법 등급분류 위헌소지 

'표현의 자유 말하다' 토론회

 
2008-05-21 오후 6:35:07         
[이메일보내기 안태호 기자
 
 
 
'표현의 자유 말하다' 토론회가 21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렸다.
▲ '표현의 자유 말하다' 토론회가 21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렸다.

아직도,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이 지나가고 민주정부가 들어선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표현의 자유는 뜨거운 이슈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각계의 요구는 여전히 거세다.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영비법 개정 공동행동 준비위원회'(이하 공동행동)가 주최한 공개토론회가 21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렸다. 토론회의 제목은 '표현의 자유... 말하다!!'. 이번 토론회는 표현의 자유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과 필요성, 현재 상황 등을 검토하고 공유하는 것과 특히,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의 문제점 및 개정방향을 검토하고 공론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준비됐다. 공동행동에는 인권운동사랑방, 영화인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을 비롯해 1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토론회에서는 표현의 자유의 전반적 내용과 영비법 내용에 대한 검토로 나뉘어 발제/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사무총장은 '2008년 한국사회, 표현의 자유는 확대되고 있는가?'라는 발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 문제를 사회일반의 의제들과 연계해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자본을 위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고 확대되고 있는 반면에 시민들과 창작자들에게는 표현의 자유 전반을 제약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들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시우 작가의 사례에서 보듯 "프랑스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되는 비무장지대가 한국인에게는 허용되지 않고" 있고, 한미FTA협상이나 이랜드 사태 취재 역시 일부 허락받은 기자들 외에는 표현을 위한 공간접근이 불허된다는 것이다. 또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등 열린채널의 사례는 창작결과물의 전시/공연/상영에 대한 통제적 접근이 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고영재 사무처장은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술(창작)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보다 본질적인 표현의 자유 확대운동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재정 변호사는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등급분류제의 문제점에 대한 법적 검토'라는 발제를 통해 현행 등급분류 제도의 문제를 짚었다. 이재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반으로 해 논지를 펴 나갔다. 헌재가 등급보류제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과는 달리 등급분류 자체에 대해서는 2007년 전원일치로 합헌 판결을 내렸으나,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충분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사전검열' 및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적용해 등급분류제의 위헌 여부를 검토한 후, "등급분류제도는 시장성과 관계없는 비영리 목적의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 실험적으로 제작되는 창작물에까지 그 분류를 요구하는 한도 내에서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주로 영비법과 등급분류제도에 대해 논의를 모았다. 박주민 변호사는 캐나다와 미국 등의 등급분류 사례를 들어, "외국에서는 영상물의 등급분류기준에 대하여 추상적이며 모호한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나름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갖추어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호를 균형있게 이루려고 노력한다"며 "영상물에 대한 등급분류기준이 좀더 명확하고 세밀하게 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대 법학과의 한상희 교수는 "헌법에 근거하면 막연하거나 모호하면 위헌"이라며 불법/유해 표현물에 대한 구분이 안되고 있는 현재 등급분류 기중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현재 등급분류 기준을 보면 폭력이나 성적 행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만, 국가주의, 자본, 이윤, 공동체에 대한 적대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등급분류가 다양한 가치들을 토대로 해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3월 첫 모임을 갖고 두 차례의 워크숍을 거쳐 이번 토론회를 준비해왔다. 영비법 상 등급심의를 거부하는 인권영화제가 합법적인 상영관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모임은 영비법 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항들의 개정은 물론, 타 장르와 분야의 표현의 자유문제까지 포괄하는 활동을 계획중이다. 올해 인권영화제는 거리상영 형식으로 30일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