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처음의 시작!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9/11/06
10월 24일,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의 첫 모임이 있었습니다. 자기소개, 세미나 일정 공유, 반성폭력 · 반폭력 세미나가 진행되었어요.
나를 소개하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소개’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과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누가 시작했는지 모를 말도 어려움에 한몫하는 것 같아요. 서울인권영화제에서의 자기소개는 주어진 대본의 빈칸을 본인으로 채우며 진행되었습니다. 대본에는 영화제가 지향하는 가치, 지난 영화제의 슬로건과 섹션 명, 활동 등 영화제의 이야기도 적혀 있었어요. 활동가와 영화제를 함께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을 애쓰지 않은 기억은 새로웠어요. 앞으로 듣고 말할 시간이 더 많으니까요! 주고받는 말 사이의 웃음이 긴장을 조금씩 풀어지게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레고 님의 진행으로 세미나 일정을 공유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함께 하게 될지 나누었어요. 영화제를 이루기까지 모두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방향을 정해간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레고 님의 말을 들으며 다가올 날들을 생각하니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는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다희 님의 반성폭력 · 반폭력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그간 보편적으로 학습해온 성별이분법적인 ‘성폭력예방교육’을 깨고 섹슈얼리티, 성폭력, 성적자기결정권 등의 의미를 알아보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림1: 활동가들이 사무실 바닥에 모여 앉아있다. 세미나 참고 자료는 바닥에 놓여있거나 활동가의 손에 쥐여 있다. 세미나를 진행하는 다희가 말하고 있고, 다른 활동가들의 시선은 다희를 향하고 있다.]
성폭력· 폭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해석과 말, 문화, 맥락 등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고, 그래서 폭력을 인지하는 것과 그 경계를 뚜렷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말했습니다. 성폭력의 피해를 말할 때 성소수자 생존자들의 어려움과 위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러한 폭력들에 대항하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말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폭력의 통념들과 이성애중심적인 통념들을 각자 다른 말로 바꿔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언어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4~5명씩 모여 안전계획 모색하기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이 나의 주변인이라고 상상하고, 생존자의 지지자가 되어 위험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모두가 상황에 이입해서 열심히 토의했어요. 모임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나누어 주어 다양한 안전계획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 꼭 필요한 세미나였어요. 꾸준히 생각하고 말하며 타인이 되어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첫 모임 후, 휴대폰이 고장 나서 역으로 가는 길을 잃었을 때 영화제 사무실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돌아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든든했어요. 아직은 낯설지만 안전한 초가집이라는 느낌을 받은 시간이었어요.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진 우리가 같은 곳에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고민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24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주며 모두의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