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를 만나다) 서울인권영화제는 나에게 똥이다

(자원활동가를 만나다) 서울인권영화제는 나에게 똥이다

(자원활동가를 만나다) 서울인권영화제는 나에게 똥이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자원활동가들의 힘으로 만들어집니다. 서울인권영화제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자원활동가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번 자원활동가 인터뷰는 22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중 세 분이 만나, 평소에 하던 이야기 대신 각자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을 하며 느낀 바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메타몽의 신난 손목, 쇠똥구리의 자화상, 꽁기가 좋아하는 바디 스프레이)

1. 성함 (본명이 아니어도 됩니다. 활동명/별명)

메타몽: 메타몽입니다
쇠똥구리: 쇠똥구리입니다.
꽁기: 꽁기입니다.

(셋 모두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던 활동명이 있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서로 보여주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해보고 싶어서 다른 이름으로 서로 인터뷰해보기로 했어요!)

2. 자신이 현재 하는 일 혹은 관심사 등,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말

쇠똥구리: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심사는, 이주 관련된 일이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메타몽: 저는 요즘 폭력적인 일하기 방식, 예를 들어, 누가 누구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게 용납되는 방식의 일하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저도 그렇기도 해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또, 제가 최근 만나는 친구들이 다 페미니즘도 좋아하고 여성 성소수자인 경우가 많아요. 저한테는 이 두 개가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건데, 이게 분리돼서 생각되는 많은 경우들이 의문스럽습니다. 하지만 사실 깊게는 생각 안 하고 있어요.
꽁기: 전 알바하면서 영화제 활동을 하고있고요. 음.. 요즘 연애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제일 많이 얘기합니다. 또, 어제 마침 MBTI를 봤는데, INFP래요. 사실 맞나 모르겠지만.

3. 어떻게 서울인권영화제를 알게 되셨나요?

꽁기: 저는 재작년에 오프라인에서 포스터를 보고 ‘와- 포스터 예쁘다’ 하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쇠똥구리: 제 친구가 인천인권영화제에서 자원활동을 오래 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저희 영화제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공유한 걸 보고, 재밌겠다 싶어서 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백수여서 이렇게까지 일이 많을 줄, 본업을 뒤로하고 오게 될 줄 모른 채.
메타몽: 저는 제가 15년도 때 여기를 처음 왔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얼마 전에 엔드라이브를 다 뒤졌더니 십대 때 여기를 온 적이 있었어요. 사진을 보니까 어떤 친구랑 왔는지도 생각이 나는데, 어떤 영화를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청계광장에서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기억이 희미해서 맨 처음에 어떻게 왔는지 잘 모르겠네요.

4. 자원활동을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꽁기: 저도 15년도 때 영화제를 왔었는데, 그때 자원활동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자원활동을 결심하게 된 건 작년 시험 기간에 휴학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구실을 찾고 있다가 너무 갑자기 서울인권영화제가 생각이 나서 홈페이지 들어갔더니 때마침 모집 하고 있었고! 그래서 딱 신청을 하게 되었네요.
쇠똥구리: 저는 계기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굳이 찾아보자면, 저는 2015년도에 페미니즘 공부를 했어요. 일 년 동안 되게 재밌게, 하지만 어렵게 공부했어요.. 그게 끝나니까 뭔가 더 배우고 싶은데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여기 가서 더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실 침대에 누워있다가 페이스북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이걸 신청하고 있었어요.  
메타몽: 나는 갑자기 생각났는데, 작년 12월에 퀴어영화제랑 인권영화제랑 같이하는 ‘퀴어, 인권’이라는 공동상영회를 미디어카페 후에서 했었는데, 어떤 친구랑 같이 갔었어요. 그날 거기 부스에서 제 친구가 뭘 사면서 상임 활동가랑 장난을 엄청 오래 쳤어요. 처음 만난 사람 둘이서 그렇게 잘 노는 게 너무 신기하고 인상 깊어서 집에 가는 길에 인권영화제 찾아봤는데 자원활동신청이 떠 있길래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5. 영화제 활동을 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꽁기: 제가 최근에 좀 우울한 일들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말로 힘들다고 한 걸 기억하고,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불러내서, 다들 바쁜데 새벽까지 얘기 들어주고 그랬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막 새벽까지 이야기하다가 나와서 아침에 사무실 밖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너무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에 약간 눈물이.. 그 시간이 너무 따뜻했던 기억이 나네요.
쇠똥구리: 저는 이런 훈훈한 이야기 다음에 나오기는 좀 그런데, 저는 처음 밤새워서 여기서 일했던 날이 생각나요. 회의실에서 뮤직비디오 띄워놓고 각자 할일하고 수다떨고.. 제가 그동안 했었던 단체들은 되게 진지하게 공부하고 책 읽고 하는 단체들 이었는데, 여기의 일하는 방식은 너무 다른 거예요. 그날은 그래서 ‘아 이 사람들 일을 빨리하고, 이럴 거면 집에 가면 될 것 같은데’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꽁기님이 말한 것처럼 여기 너무 따뜻하고, 한 시간씩 같이 울어주고 그러잖아요. 그런 게 요즘 저한테 되게 필요한 방식이고 단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메타몽: 저는 사실 딱히 기억에 남는 순간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현재여서, 기억에 남는다는 게 적어도 6/4 이후(영화제가 끝난 후)가 돼야 말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마침 생각이 난 건, 제가 저를 돌보는 걸 귀찮아하는 사람인데 제가 아토피가 살짝 다시 올라오고 있어요. 제가 아토피가 올라오면 일차적으로 하는 게 밀가루를 끊는 건데, 너무 귀찮고 별로 심하지 않아서 하지 않고 있었어요. 근데 어제 활동가 한 분이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저한테 전화 해서, 올라가는 길에 밥을 사 갈 건데 뭐가 먹고 싶냐는 거예요. 그때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떡볶이를 시켜 먹겠다고 해서, 같이 떡볶이 먹자고 그랬는데, 그 친구가 ‘아, 근데 너 여기 와서 매일 밀가루만 먹잖아, 내가 쌀 사다 줄게’ 이러면서 밥 뭐 먹을 거냐고 물어봐서(아... 너무 따뜻해 이 사람들..) 근데 결국 밥도 먹고 떡볶이도 먹었지만(대폭소), 그런 따뜻하고 잘 챙겨주는 걸 보면서. 아 사람이 원래 서로를 이렇게까지 챙길 수 있는 존재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그래서 여기서도 잘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 잘 챙겨줘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6. 영화제를 진행해오는 과정에서 고민되는 점이 있었다면?

쇠똥구리: 일단 저는, 이 영화제를 하면서 제가 영화라는 매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폭소) 책을 읽거나 연극을 보는 건 저한텐 여백이 있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영화는 되게 촘촘하고 밀도 있게 저한테 들이닥치는 것 같아서 한번 보고 나면 그 영화를 복기할 시간이 필요한 거에요. 근데 이 활동은, 그럴 시간이 충분히 있지 않고, 계속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해야 되니까 이게 저한테 얹히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거에요. 하지만 어쨌거나 영화가 주는 미덕은 있잖아요. 영화제를 하는 것은 캠페인을 할 때보다 훨씬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또 그렇게 치면 인권영화라는 게 상업영화만큼 재밌지는 않단 말이야? 그래서 이 지점이 되게 고민인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좀 더 나와 내 친구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제로 만들 수 있을지.  
메타몽: 음, 저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과 적게 하는 사람이 나뉘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저는 시간이 좀 나서 일을 이것저것 하고 있고, 하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이 활동을 동시에 하는 분들의 참여도가 약간 낮아지는데, 그게 싫다는 게 아니라 일들이 빨리빨리 진행되다 보니깐, 영화제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부분들이 생기잖아요. 그리고 반대로 저는 자원활동가니까 힘들면 말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는 분들을 보면서 좀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어떻게 챙겨줄 방법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는 않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어요.
꽁기: 저는 해야 되는 일은 엄청 많은 게 눈에 보이고, 시간이 되긴 하지만 이 일을 제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이거 ‘잘’해야 하는 일인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그게 좀 어렵고 고민이 돼요. 이 인터뷰 같은 것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요즘 한참 프로그램 노트랑 그런 글들을 썼잖아요. 그래서 저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글을 써본 경험이 없어서 내 문장이 뭔지, 내 문체가 뭔지 이런 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이 문장이 잘 안 읽힌다는거 알겠는데 이걸 없애고 싶지는 않은 거죠(격한 공감). 너무 좋은 의견들이고 맞는 말이긴 하니까, 제가 쓰고 싶었던 표현들을 많이 잘라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이 시놉시스를 다시 읽어보니 이건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그런 글이 된 것 같고… 제 문장이 많이 지켜진 글은 오히려 더 애착이 가고. 아무튼, 그런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고민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혹시 나도 다른 사람 글에서 중요한 것들을 지워내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메타몽&쇠똥: 저도 글을 쓰면서, 제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이슈들이나, 너무 저나 제 주변인의 이야기여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 이슈에 관한 글을 쓸 때, 그 글이 제 글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 이슈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이 드니까, 내가 어디까지 고민하고 이 이슈를 다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 긴장하고 글을 쓰게 돼서 그 긴장이 글에 녹아들고 하는 느낌? 근데 그렇다고 내 고민들을, 내가 다 삭제하기는 너무 아쉬운 거지. 결국, 그 글은 다른 활동가들이랑 이야기해서 거의 다시 썼는데(웃음) 그게 조금 어려웠어요.

5. 자원활동을 계속해오면서 느끼는 점은?

쇠똥구리: 저는 일을 진행할 때 명료한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일을 할 때 리더가 강하게 있는 집단에 있는 게 편해요. 근데 영화제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살짝 삐끗거리고. 이런 것들이 쇠똥구리가 똥을 탄탄하게 굴리는 느낌이 아니고 똥이 이렇게 좀 부스러기도 떨어지면서 굴러가는 느낌인 거에요. 그게 저한테 가장 큰 인상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오히려 이제 이렇지 않은 집단의 분위기가 저한테 힘들어지고 이 분위기가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 그래, 우린 결과도 잘 낼 거지만 그것만 생각하면서 가는 곳이 아니고, 그 과정이 중요한 곳이구나.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되게 중요한 거고. 이 사람들한테 에어쿠션이라는게 텔방에서 한 시간째 이야기 될 만큼 되게 필요한 거고 중요한 거구나. (일동웃음) 장난이고, 여기에 물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걸 계속 느끼고 있어요
메타몽: 저는 이렇게 영화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구나 알게 되는 게 신기하고, 쇠똥구리가 이야기한 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사실 많은 곳이 그렇게 돌아가잖아요.맞아 그런 곳 많기도 한데, 그렇지 않은 방식의 일하기를 전에 한 번 시도해 본 적 있었는데, 너무 편한 나머지 일이 3명한테만 돌아갔었어요. 여기는 그보다는 훨씬 잘되어 있는 편이 어서. 하여간 어떤 게 필요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분위기와 일이 동시에 진행이 된다는 게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고
쇠똥구리: 맞아. 그러면 몇 명만 갈려 들어가게 되잖아. 여기는 그렇지는 않아.
메타몽: 맞아. 그렇지 않은 편이야. 일이 많아서 다 갈리고 있을 뿐
꽁기: 저는 이제 좀 익숙해지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진짜 낯설었어요. 사람들도 낯설고, 여기서 하는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지만 해본 적 없는 이야기고. 막연하게 이런 편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여기 들어오고 나니까, 제가 여기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나는 어디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이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쇠똥구리: 저도 제 친구한테 맨날 그 이야기를 하거든요. 다른 곳에 대한 이야기인데 ‘나는 여기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 여기에 맞는 사람 같지가 않아’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그럴 때마다 매번 ‘아니야, 네가 거기에 온 것 자체가 뭔가 닿아있기 때문에 끌렸던 거고 그걸 네가 네 말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 너는 그렇지 않아.’라고 이야기 한두 번 해주다가. 이제는 제가 그 말을 너무 많이 하니까 소리를 지르면서, 그 정도 했으면 되지 않았냐, 그만해라, 그러더라고요. (일동웃음) 그래서 저도 아직 그런 고민을 하긴 하는데 너무 걱정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6. 나에게 서울인권영화제란 ________다

공동답변: 좀 특이한 쇠똥구리
이유: 똥(영화제)을 단단하게 다져서 굴려 나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렇게 저렇게 만든 똥이 쉽게 부서지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 좀 특이한 모양의 똥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7. 자원활동은 나에게 _________다

공동답변: 새로운 똥
이유: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똥(영화제)을 만들어 가고, 이전에 없던 방식이어서 그 모양도 새로운? 그리고 그래도 괜찮은. 어떤 사람이 함께여도,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만큼 함께해도 괜찮은.. 새로운.. 똥...

8. 서울인권영화제에게 바라는 점

메타몽 : 컴퓨터 다운될까 봐 무서움. 백업해주세요
쇠똥구리: 소셜펀치 들어가서 맨날 보는데 8% 엉엉. 제발 적자를 면했으면 좋겠고. 상임 활동가들이 활동비(월급)를 잘 받아갔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살아남는 것 이상으로 활동비(월급)도 잘 받으면서 살아나갔으면 좋겠고.
꽁기: 지금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영화제 전에 어떤 비영리 단체에 인턴을 지원했었는데 자소서 쓰면서 나를 팔아넘기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었는데, 여긴 나를 판단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공간인 게 너무 좋아요.

9. 인터뷰하게 된 소감

메타몽 : 영화제에서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영화제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되게 재밌고 좋았어요.
쇠똥구리 : 수다 떨 때랑은 또 다른 깊은 이야기인 것 같아서 좋아요. 이 이야기들이 우리끼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고, 혹시라도 같이 똥을 굴리겠다는 생각까지 하지 않을까.
꽁기 : 저도 인터뷰하기까지 되게 걱정이 많았는데, 하고 나니깐 별거 아니어서 속 시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