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107호] 다른 생각을 가진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0/10/04
소식
[지난 소식] 9월 화기애애
9월 17일 7시 30분, 조계사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3층 보현교육장에서 어김없이 화기애애가 열렸습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생명을 생각하는 삶을 위한 이야기를 담은 를 시작으로, 이주노동자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네 작품(, , , )을 이어서 상영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의 소모뚜 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습니다.
[지난 소식] 반딧불 - G20을 바라보는 다른 생각
2010 인권을 말하다 - G20을 바라보는 다른 생각! 올해 14회 인권영화제가 품었던 '다른 생각'이 하반기에는 반딧불로 더 널리 퍼지고 있네요. 9월 30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종로 보신각 앞에서 반딧불을 열었습니다. 이날 하루 내내 인권영화 상영, 공연, G20의 허구를 폭로하는 활동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고, 인권단체와 함께하는 다양한 거리 캠페인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낮에는 강렬한 햇빛, 밤에는 추위가 우리를 괴롭혔는데도 반딧불과 함께 해주신 관객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 울림
찾아오고 또 떠나가는 그대들에게
어! 울림 열번째 이야기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해설입니다
1. 어떤 이는 바빠지고
"대학원 입학했어. 완전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든지 해야지"
(티셔츠 안의 말: 당신이 다른 생각을 가질 뻔했기 때문이다)
2. 멀리 갔던 어떤 이는 되돌아옵니다.
"베트남 갔다 왔어요~"
(티셔츠 안의 말: 당신이 다른 생각을 가졌을까?)
3. 그리고 어떤 이는 떠나갑니다.
4. 누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서 인권영화제를 찾아오고
또 떠나가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어디에 있든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해줄 것이라 믿어요.
만든 이: 지용
"우리는 여기에 있으니까."
후원활동가 인터뷰
이미경 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골에서 아주 자그마한 약국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약국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에서도 세상을 보는 거울이 존재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늦었지만 개인적인 평생공부를 조금씩 해나가며 안분지족을 느끼고 있는 시골 마을의 아리따운(정말? ㅋ) 아가씨입니다. ㅎ
인권영화제 후원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해마다 인권영화제가 열리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선뜻 후원을 결심하게 된 것은 올해의 아주 멋드러진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부문별로 자기가 원하는 행사설치에 후원을 할 수 있게 해주신다는 발상도 멋졌고, 그리고 무엇보다 로고가 참 멋졌답니다. "당신이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캬..너무 멋진 작명센스이십니다. ^^
스스로의 인권영화제 후원 활동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가요?
예전과 달리 세상은 좀 더 너그러워지고 넉넉해진 부분도 있는 반면, 봄비에 가랑비 젖듯 미처 모르는 사이에 예전보다 더욱 더 열악해진 노동환경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두 손과 두 발로 만들고 뛰어다니면서 하는 활동가의 모습도 아름답듯이, 이들이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게 뒤에서 작은 금액이나마 마음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후원가들이 마음 편히 후원할 수 있도록 넉넉한 여유를 느끼게 해 주시는 인권영화제의 활동에 공감을 보내며, 앞으로 돈을 좀 더 많이 벌어서 지금보다 한 구좌라도 좀 더 많이 후원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계신 인권사안이 있나요?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마찰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종종 아파오는 정도입니다.
인권영화제 또는 울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잘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힘든 시기 속에서도 이렇게 꾸준한 활동을 하시는 걸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 종종 하고 있습니다.
후원활동가께서 바라는 세상의 모습은?
아무래도 직업이 이렇다 보니, 아픈 사람이 맘 편히 돈 걱정 없이 병원을 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세상의 많은 근심 또한 덩달아 작아져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루아침에 절대로 변하지 않지만 나를 버리고, 내 후대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는다면, 매일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많은 것이 변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영화 다시보기
겉모습만 화려한 '글로벌'은 그만 합시다
김선주,정슬아/ 한국/ 2010/ 34분 19초/ 다큐
로빈/ 한국/ 2010/ 12분/ 다큐
오늘도 어김없이 남산에 오른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다. 그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조금 검은 사람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간다. 그 사이에서 조금 거친 소리가 들린다. "외국인 노동자도 남산에 놀러올 수 있나?" 화들짝 놀라 뒤를 보니 정작 그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의 베트남 친구들이 떠올랐다. 난 두 달 전 좋은 기회로 베트남에 가게 되었다. 현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갔던 난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고 다시 돌아왔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신기한 존재다. 마치 옛날 우리나라에서 서양 사람들이 지나가면 신기해하면서 봤던 것처럼 그들도 우리를 그렇게 바라본다. 길을 잃어 도움을 청하면 너도나도 도움을 주려고 주위를 서성인다. 베트남에서 이러저러한 도움을 많이 받고 그들과 같이 생활하다보니 그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피부가 조금 희면 잘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불쌍히 여긴다. 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편견을 깨버린다. 그들은 항상 즐겁게 일하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한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항상 웃고 지낸다. 그들은 좋은 기숙사와 좋은 사장님 밑에서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대접받으면서 일한다.
하지만 에 나온 이주노동자들의 환경과는 매우 달라 보였다. 에 나왔던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한다. 사는 곳도 굉장히 열악했고 그들의 사장은 포악했다. 의 베트남 친구들과는 매우 다른 환경과 여건 속에서 그들은 일하고 있고, 때문에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지금 글로벌이라 외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세상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바쁘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불편과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적으로 큰 행사를 유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며도 내면은 그렇지 않다면 그러한 것들이 한국을 알리는데 한 몫 할 수 있을까? 한국에 일하기 위해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달라질 것이고 한국의 진짜 위상 또한 높아질 것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수건돌리기
'비틀즈'
(*편집자 주: 소풍가서 즐겁게 하던 놀이인 수건돌리기처럼, 친근하고 일상적인 주제로 여러 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꼭지입니다.)
몇 년 전의 가을, 이맘때도 저는 비틀즈의 음악을 열심히 듣고 있었어요. 처음으로 들었던 비틀즈의 앨범은 이었고 그 앨범도 참 좋아했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비틀즈를 정말 많이 좋아하게 되었던 건 일명 'Red'와 'Blue'라고 불리는 앨범이었어요(원래 제목은 각각 , ).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비틀즈의 데뷔부터 해산까지 발표했던 노래들 중 주요 노래를 모아 만든 네 장짜리 컴필레이션 앨범인데요, 많이 알려진 보다 더 다양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어서, 비틀즈의 음악의 여러 가지 매력을 느끼기에 참 좋은 앨범이랍니다. 그때는 몇 달간 정말 이 앨범들만 들었어요. 듣고 또 듣고......1시간 반 정도 되는 통학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뭐랄까,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 느낌은 그 뒤로 더 많은 앨범들을 들으며 계속되었고요.
학교 도서관에 가서는 비틀즈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뒤적였어요. 그리 많은 수의 책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며 그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그들이 처음으로 기타나 드럼을 연주하게 되고, 소년 시절에 함께 모여 음악을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음악을 하는 모습이 참 멋졌어요. 그리고 마침내 데뷔를 하고,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로 진출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음악을 만들다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기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괜히 나도 마음이 막 두근거렸어요. 해체할 무렵의 대목에 이르면 왠지 아쉽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시원섭섭한(?) 마음이 담긴 한숨을 푹 내쉬었지요.
비틀즈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가져다준 존재일 거예요. 저는 지금도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비틀즈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을 발견하면 너무나 기쁘기만 해요. 그리고 비틀즈를 알게 된 이후 더 많은 음악을 듣게 되었지요. 좋아하는 것이 더 많아지고, 좋아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삶이 조금 더 행복해졌어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남들이 보는 나는 '회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하지만 비틀즈를 알게 된 뒤로 저는 조금 더 색깔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껴요. 물론 저를 변화시킨 것은 비틀즈뿐만은 아니었겠지만, 비틀즈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한편, 하고 싶은 일들도 점점 더 많아졌지요. 듣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아졌고요. 그들의 음악과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생명력과 열정이, 저에게도 조금은 온 것이 아닐까 해요.
물론 비틀즈가 미남 밴드라는 것도 큰 몫을 하겠지만(그 선두에는 폴 매카트니가 있지요), 아마 이 모든 것들의 원동력은 결국은 음악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해체한 뒤 40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그 음악들 말이에요.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저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겠지요. 단지 좋다거나 아름답다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저는 요즘도 기쁠 때는 더 기뻐지고 힘들 때면 힘을 얻는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음악은 거듭해서 새로운 의미를 전해주겠지요. 추억들이 덧입혀지고,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들을 발견하고, 그때그때 새로운 느낌을 받으면서요.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비틀즈의 음악을 듣고 있겠지요. 비틀즈가 저와는 또 다른 의미일 누군가가,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같을 누군가가요.
다음 질문은 호야에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질문하는 것도 생각보다 정말 쉽지가 않더라구요. ^^; 여러 가지 질문들을 드릴 테니 마음에 드는 걸로 해주세요.
호야의 개그만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영화도 좋고, 책도 좋아요. / 호야는 왜 그렇게 착한 건가요?(^^;;)
* 소라가 호야에게 수건을 돌립니다~
자원활동가 편지
인권영화제, 빡센 준비를 위해!
아... 미치겠군요.
울림에 들어갈 활동가 편지를 써 달라는데 나는 너무 바쁘고, 그렇다고 내가 쓴다고 한번 내뱉은 말이 있는데 물리기엔 너무 늦었고 크...
저는 지금 첨삭할 글들을 옆에 쌓아두고 컴 앞에 앉아 있어요. 제가 일하는 이 중계동의 논술학원은 지금 이 수시모집 입시철이 가장 바쁘답니다. 이번 주 토요일(10월2일)과 일요일부터 각 대학 논술시험이 시작이에요.
전 어제는 학원에서 잤어요. 고3 아이들 글 첨삭할게 너무 많거든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5시30분쯤 학원에 오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밤12시까지 15분에 1명씩 거의 쉬지 않고 첨삭을 해야 한답니다. 첨삭시간을 줄이려면 아이들이 오기 전에 제가 그날 첨삭할 아이들 글을 미리 보아둬야 하죠. 그래서 정말 잠자는 시간 말고는 편한 시간이 없죠. 저에게 인권이 있나요? 크크 근데 그냥 바쁘다고 인권이 없다고 얘기할 순 없겠죠. 저한텐 첨삭한 만큼 돈이라도 들어오니 사실 나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인권이 있나요? 어제는 한 아이는 새벽 1시까지 첨삭을 받고 갔지요. 오해는 마세요. 우리학원이 반인권적이라 늦게까지 첨삭시키고 그러는 건 아니고 그 아이가 그 시간까지 있었던 건데요, 하지만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머물러서 첨삭을 받게 하는 이 땅의 시스템을 말하고 싶은 거지요.
어제는 저한테 첨삭 받다가 한 여학생이 울었어요. 벌써 두 명 째 제가 울린 건데요, 제가 막 다그친 거 아니니 오해마시고^^ 그 아이가 글이 안 써져서 힘들다고 감정이 북받쳐 울더군요. 대학을 가야, 특히 좋은 대학을 가야 살아남는 사회, 이 끝없는 경쟁의 체제 속에서 인간적 감수성들을 다쳐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논술을 가르치는 학원이라 수업시간에 인권에 대해서, 민주주의에 대해서,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서 등등을 말하고 입시경쟁의 문제점을 비판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그 아이들의 삶에, 그리고 동시에 저를 비롯한 각인의 삶에 지워져 있는 '시스템의 질곡'을 벗겨낼 순 당연히 없지요. 가야할 학원이 많아 초등학생이 자살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용광로에 빠져 삶을 마감하고, 화장실에서 청소 아주머니들이 밥을 먹어야 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저마다의 실천들을 모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영화제, 빡센 준비를 해 나가요! 하하...^^
울림 독자 여러분께
울림 독자 여러분, 이번 울림은 어땠나요? 기사에 대한 의견, 읽고 난 감상, 울림을 위한 조언 등이 있으면 메일(hrfilmfestival@empal.com)로 보내주세요.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