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반가운 손님
상영정보
시놉시스
밀양투쟁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점차 밀양에 거주하면서 삶의 문제로서 송전탑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으로 옮겨가면서, 편견이나 오해로 왜곡되어 있는 밀양투쟁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한다. 또한 송전탑 공사가 완료되어 가는 골안마을, 공사가 시작된 도곡마을,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용회마을. 공사가 차례로 진행되는 세 마을의 이야기는 마을입구에서 중턱 그리고 산 정상까지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이는 공사를 전후로 할매들의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심경을 그리는 한편, 초고압 송전탑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구조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감독소개
하샛별 Ha Saetbyeol
2010 <나의 길위에서>, 2012 <와배우겠노>, <대한문 투쟁이야기 ver1.0>, <강정 인터뷰 프로젝트>, 2013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노은지 Roh Eunji
2012 HIV/AIDS 감염인의 사랑에 관한 다큐멘터리<옥탑방 열기> 공동연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수상, 야마카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아시아커렌츠 부문 출품, 2011 가출 청소녀에 관한 다큐멘터리 <기억을 걷는 시간> 연출, 2008 HIV/AIDS 감염인 인권 다큐멘터리 <경계를 넘어> 공동연출, KBI 대학생영상페스티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
허철녕 Heo Chulnyung
2013 <논픽션 다이어리> 촬영 (연출: 정윤석), -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메세나상,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napak상 수상, 2012 <옥화의 집> 연출,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상영, <학교가는 길> 촬영 (연출: 김민지), -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상 수상, 2011 <홍역괴물> 연출, - 인디다큐페스티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발 등 상영, - 제1회 BCPF 대학생창작영상공모전 우수상, 2010 <명소> 공동연출
넝쿨 NungCool
2014 콜트콜택 해고노동자들에 관한 다큐 <공장> 연출, 2013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관한 다큐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공동연출, 2011 지역아동센터의 일상을 다룬 다큐 <오순도순공부방> 공동연출
이재환 Lee Jaehwan
AWARD & RESIDENCY, 2012 창작레지던시 춘천마임축제 무빙 스페이스 프로젝트 / 춘천 몸짓극장, 2011 한.일 신진작가 레지던시 / ARTinNATURE, 부산, 2010 가창현장설치미술제 대상, 창작레지던시 춘천마임축제 무빙스페이스 프로젝트_방방 with S.T.K / 춘천 몸짓극장, artPLANarea 창작레지던시 / 하대리 예술지구, 횡성, 2009 창작레지던시 춘천마임축제 무빙스페이스 프로젝트_보이지 않는 섬 / 춘천 마임의집, Flim & Screening, 2013 <노동자 초청 동사섭 문화 한마당>, 메인영상, 조계종, <기나긴 고백> 연출, 18회 인천인권영화제, 2014 <‘0’의 사회>연출, 14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인권해설
무언가를 해야 했다. 밀양 송전탑 소식을 들을 때마다 덜컥 내려앉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잔인한 국가폭력과의 싸움에 대표선수로 내몰린 밀양 주민들과 함께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 길을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잘 전해지지 않는 밀양의 목소리를 담아보자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국가폭력의 희생양 혹은 전사로 이분화 된 시선 밑에 감춰진 밀양 주민들의 고유하고도 다양한 삶과 일상을 기록해보자는 ‘밀양 구술프로젝트’는 함께 살아내기 위해 무언가 해야 했던 절절한 마음들이 모여 2013년 12월에 시작됐다.
서울, 울산, 광주, 충북 등지에서 모여든 인권활동가, 기록노동자, 여성학자 등이 겨울 내 밀양으로 인터뷰를 떠났다. 구술기록을 아카이브로 남겼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미디어 활동가들이 아무 조건 없이 시간과 열정을 보탰다. 오백만원이 훌쩍 넘었던 교통비와 진행비는 작은 보탬이라도 되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소셜펀치, 개인후원, 모금 등을 통해 십시일반 모아준 돈을 통해 충당됐다. 그리고 4월 말, 이 간절한 마음이 모여 <밀양을 살다: 밀양이 전하는 열다섯 편의 아리랑>(오월의 봄)이 출간됐다.
책의 원고가 하나둘 쌓여갈 동안 영화 <밀양, 반가운 손님>도 제작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아카이브 기록을 돕기 위해 결합했던 미디어 활동가들이 밀양 주민들의 일상을 독자적인 영상에 담기 시작한 것. 이들이 구술프로젝트팀과 만난 밀양은 언론보도를 통해, 희망버스를 통해 접했던 투쟁의 공간으로서의 밀양이 아니었다. 그들이 만난 할매들은 박복한 팔자에 순응하기보단 척박한 농토를 일궈왔던 농부였고, 때로는 아내였고, 엄마였고, 며느리였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고유한 세계와 삶을 일궈왔던 여성이었다.
하여 6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영상에는 한국 현대사와 함께 흘러온 삶들과 결코 하나의 이야기로 갈음될 수 없는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의 이유들이 담겼다. 살아내기조차 벅찼던 시절, 차근차근 욕보고 살아온 일상과 소위 재산권이라 왜곡되는 땅 한 마지기가 어떻게 불려져 왔는지를 기록하며, 국책사업이란 미명 하에 진행되는 송전탑 공사가 어떻게 그네들의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담아낸다. 하기에 구덩이를 파고, 목을 매달 밧줄을 늘어뜨리고, 제 몸뚱이를 죽음으로 한발자국 밀어 넣는 건 밀양 주민들이 유별나서가 아니다. 그만큼 심각한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있음에 대한 고발이며, 망각과 부인이 만연화된 우리 사회에 보내는 타전이다.
<밀양을 살다>와 <밀양, 반가운 손님>은 말한다. 당신의 삶처럼 밀양 주민들의 삶도 계속되어야하기에 함께 밀양을 살아내자고. 이제 망각이 아닌 기억으로, 침묵이 아닌 마주함으로 그리고 함께 걸음으로 그 절박한 호소에 응답해야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유해정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